조용한 ADHD 실행력 문제 – 고등학생이 겪는 집중력의 함정

조용한 ADHD 실행력. 속에서는 폭풍이 친다

ADHD라고 하면 흔히 ‘산만하고,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조용한 ADHD (부주의형, Inattentive Type), 즉 겉으로 눈에 잘 띄지 않는 형태가 훨씬 많습니다.

저도 제 아들이 그렇다는 것을 빨리 알지 못했습니다. 조용한 ADHD는 외향적인 과잉행동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얌전하고 수줍음이 많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저희 아이 역시 친척들에게 인사도 못 할 만큼 수줍음이 많았고요. 하지만 겉보기와 달리, 조용한 ADHD를 가진 아이들의 머릿속은 늘 복잡한 생각들로 소란스럽습니다.

 

‘게으름’으로 오해받는 조용한 ADHD의 패턴

아이의 모습에서 다음과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게으름이 아닐 수 있습니다.

  • 해야 할 일은 머리로 아는데, 시작(착수)이 극도로 어렵다.
  • 집중하려고 하면 다른 생각이 밀려들어 금방 흐트러진다.
  • 일을 미루고 나서야 자책하며 괴로워한다.
  • 매번 다짐하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이러한 패턴이 쌓이면 아이는 결국 스스로를 ‘의지가 약하고 게으르다’고 오해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실행기능(Executive Function)’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행기능: 공부와 계획의 핵심을 흔드는 힘

‘실행기능’은 뇌의 전두엽이 담당하는 “계획하고, 기억하고, 조절하며, 행동으로 옮기는 능력”입니다. 즉, 생각을 현실의 행동으로 구현하는 힘이죠.

조용한 ADHD가 있으면 이 실행기능에 불균형이 생깁니다.

  1. 착수(시작) 지연: 해야 할 일을 기억해도 시작이 늦어집니다.
  2. 주의 전환: 중간에 주의가 자꾸 다른 곳으로 옮겨가 집중을 유지하지 못합니다.
  3. 마무리 회피: 끝내야 할 때는 피로감과 함께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몰려옵니다.

결국 “의욕은 충분한데 실행이 안 되는” 악순환이 만들어집니다. 특히 고등학생 시기에는 숙제, 시험공부, 진로계획 등 스스로 해야 할 일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이 문제가 더욱 두드러지게 됩니다. “계획은 완벽한데 실천은 제로” 상태에 빠지기 쉽죠.


사춘기와 조용한 ADHD의 위험한 교차점

중학생 시기는 사춘기의 감정 폭발기입니다. 감정이 앞서고 불안과 자신감이 오락가락하기 때문에, ADHD 증상이 있더라도 “그냥 사춘기니까”로 넘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고등학생 시기부터는 이 문제가 현실적인 학업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 학업 마비: 시험 과목 5개를 동시에 공부할 수 없어 과제 누락, 시험 준비 실패로 이어집니다.
  • 비현실적인 계획과 실패: 밤을 새서 공부하겠다는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만 시간 관리에 실패하고 맙니다.
  • 성적과 노력의 불일치: 앉아있는 시간은 꽤 되는 것 같아도 시험 점수는 바닥을 면치 못합니다. (저희 아이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 정서적 악화: 불안, 자기비난이 심화되어 우울감으로 이어집니다. 저희 아이는 이 때문에 문제 개선을 위한 조언에도 절대 행동을 바꾸지 않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우울증이나 깊은 무력감 때문일 수 있습니다.

지금도 저희 아이는 독서실을 등록해놓고 가지 않은 지 오래고, 학습 코칭 선생님이 필요하다고 해놓고는 막상 과외를 시키면 정확한 소통도 없이 안 맞는다고 그만둡니다.

 

“조용하다”는 건, “문제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주변에서는 “괜찮은 애가 왜 갑자기 무너졌지?”라고 하지만, 사실은 오랜 시간 누적된 실행력의 부담이 터진 순간입니다.

조용한 ADHD 학생들은 내면의 혼란을 감추는 데 익숙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하고, 실패를 숨기며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는 사람”으로 살아가죠. 하지만 그 결과는 스스로에게 돌아옵니다.

  • 심한 자기비판
  • “나는 왜 이걸 못하지?”라는 생각이 쌓여 무너지는 자존감
  • 결국 우울감과 무력감으로의 이행

조용한 ADHD를 인식하는 첫걸음

조용한 ADHD를 판단하려면, 단순히 “산만하다”는 행동보다 ‘실행력과 자기조절’의 패턴을 보아야 합니다.

🔹 이런 패턴이 자주 관찰된다면 주의력 문제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 계획은 잘 세우지만, 실천이 거의 없다. (✓ 저희 아이 해당)
  • 과제나 공부를 시작하기 전, 이유 없이 피로감을 느낀다. (✓ 저희 아이 해당)
  • 정리정돈이나 시간 감각이 약하다.
  • 머릿속이 복잡해서 집중이 흐트러진다. (✓ 저희 아이 해당)
  • 실수를 반복하며 스스로를 심하게 자책한다. (✓ 저희 아이 해당)

이런 패턴이 계속된다면, 단순한 게으름으로 방치하기보다 심리상담센터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CAT 주의력 검사나 Conners 검사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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