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Silicon Valley Bank)이 2023년 3월 10일 파산하게 되었다. 미국 내 자산 기준 16위이면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을 주 고객으로 운영했던 SVB의 파산은 역대 2번째로 큰 규모이다.
1. SVB은행
SVB은행은(Silicon Vally Bank)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본사를 둔 주식회사 은행이다. 1983년에 창립되었으며 주로 기술 및 창업 기업을 대상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했다. SVB의 비즈니스 모델은 주로 기술 및 창업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SVB는 특화된 기술 및 창업 기업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을 운영했다. 대출, 예금, 자금 조달, 상장 지원 등 다양한 금융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사의 비즈니스 모델, 시장 동향, 경쟁 환경 등을 분석하여 고객사에게 전략적인 조언을 제공했으며 이를 통해 기술 및 창업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지원하며 고객사와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SVB은행이 투자한 기업들의 대표적인 예로는 다음과 같다.
-. Airbnb 세계적인 숙박 예약 및 공유 경제 회사
-. Stripe 온라인 결제 처리 서비스 회사
-. DoorDash 음식 배달 서비스 회사
-. Twitter 소셜 미디어 회사
-. Netflix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
-. Coinbase 암호화폐 거래소 회사
-. Roblox 게임 개발 및 운영 회사
2. 뱅크런
뱅크런(Bankrun)은 은행이나 금융기관에서 대규모로 예금 출금이 발생하여, 출금 요구가 급증하여 은행이 예금 출금을 충당할 수 없게 되어 은행 파산 위기에 직면하는 상황을 말한다. 보통 대중적인 소문이나 불안, 혹은 은행 내부에서의 소문, 거짓 정보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으며 대부분은 은행 내부에서 불안감이 커지면서 시작되며, 누군가가 출금을 시도하면 다른 사람들도 출금을 시도하게 되어 불안은 급격히 확산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은행에서 출금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급증하여 은행은 예금 출금을 충당할 수 없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중앙은행이나 정부는 은행에 대한 추가적인 자금 지원을 통해 뱅크런을 막으려고 하거나, 은행이 시간을 벌기 위해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거나 대출을 받아 예금 출금을 충당하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처 방법이 실패하면 은행은 파산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미국 연준은 작년부터 금리를 초고속으로 올리기 시작했다.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자금 사정이 어려워졌고, 은행에 예치해 둔 돈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SVB은행은 전체 자산의 97%를 장기 채권에 투자했었고, 이 투자했던 채권의 가격은 높은 금리 때문에 가파르게 하락한 상태였다. 유동성이 부족했던 은행은 손실을 보면서 장기 채권을 매도하였고, 이를 알게 된 스타트업들은 더 빠른 속도로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3월 9일 SVB 은행 위기설이 퍼지면서 주가가 60% 정도 폭락하게 된다. 다음날 10일 SVB은행 고객들은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하고, 은행 전체 자산의 20% 정도의 자금이 빠져나가게 된다. 연방예금보험공사 FDIC는 금융 전반적으로 뱅크런이 확대되는 걸 막기 위해서 SVB 은행을 폐쇄시키면서 파산에 이르게 된다.
3. 구제금융
구제금융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개인이나 가정, 소상공인 등에게 금융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제도를 말한다. 구제금융은 보통 은행이나 금융기관에서 제공되며, 이들 기관이 이용 고객의 신용도를 파악하고 적절한 금리와 조건으로 대출이나 신용카드 등의 금융상품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는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을 받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무보증 대출이나 소액 대출 등을 제공한다. 이러한 구제금융 제도는 사회적으로 취약 계층의 경제적 안정과 균형 있는 경제 성장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SVB은행 파산의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예금 전액 보호라는 대책을 발표했고 혈세투입은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예금 지급을 위한 대출 허용 등이 사실상 구제금융과 동일하다는 데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 재무부, 연방준비재도(Fed),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SVB의 법상 보호한도를 넘어가는 연체 90% 이상의 예치금까지 모두 보호하겠다고 발표해 뱅크런의 연쇄 발생을 막고자 했지만 이는 금융기업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게 된다.
4. 후폭풍
1) 시그니처 은행 폐쇄
SVB 은행이 파산한 지 3일 만에 또 다른 파산 은행이 발생했다. 암호화폐 거래 기업을 주 고객으로 하는 시그니처 은행의 총예금은 지난해 기준 약 120조 원인데 SVB 은행의 파산으로 주가가 당일 20% 넘게 폭락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SVB은행 예금뿐만 아니라 시그니처 은행의 예금도 전액 보장하기로 미국 연방정부는 발표했다.
2) SVB 영국 법인
글로벌 투자은행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파산한 미국 SVB은행 영국 법인을 1파운드(약 1580원)에 인수했다. 미국 SVB은행 파산 여파가 영국 스타트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영국 정부가 요청을 했고, 이에 응한 것이다. 이날 유럽 은행주는 장중 6% 폭락했다.
3) 국민연금 300억 원 손실
국민연금이 SVB가 속한 SVB파이낸셜 주식을 작년 연말 기준 10만 795주 보유하고 있었다고 한다. 현재는 SVB 파산으로 투자금 회수가 힘든 상태이며, 반면에 한국투자공사 KIC는 사태 직전까지 보유 중이던 주식의 대부분을 매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300억은 직접 투자에 대한 부분이고, 위탁 투자규모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니, 손실액은 더 커질 수 있다.
4) 미국 금리 인상 기조의 변화 가능성
SVB 은행 파산의 이유는 미국 금리의 인상에 따른 장기국채의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섣불리 빅스텝을 실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불과 일주일 전에는 빅스텝 가능성을 크게 봤었는데, 현재는 금리 동결의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 급격한 금리인상의 부작용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 은행의 파산이지만, 국민연금이 300억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위탁 투자 규모는 아직 파악조차 안되고 있음) 내용만 봐도 남의 일이 아니게 된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고, 전 세계는 선재적인 방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어느 곳으로 불똥이 튀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당장 미국 연준은 금리 인상을 멈출 것인지,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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